한국 주식에 투자해 안정적 성과를 기대한다고?
1993년 말 한국금융연구원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 주식이나 환율, 그리고 금리와 같은 핵심적인 경제지표를 전망하고 분석하면서 “한국 경제는 한시도 맘 편한 적이 없다”는 것을 느끼곤 했습니다. 2020년 3월의 주가 폭락 사태 이후 주식시장이 상승 추세를 밟아갈 때에만 해도 ‘대세 상승’, 다시 말해 장기간에 걸친 꾸준한 주가 상승에 대한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만, 이제 그런 미련을 버린 이들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혹시 이번만 예외적인 현상일까요?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다음의 그림은 1981년부터 2020년까지 40년 동안 한국 종합주가지수(이하 KOSPI)의 연 수익률 분포를 보여줍니다. 연평균 데이터의 전년 대비 증가율인데, 한 해 동안의 평균 주가가 그 직전 해의 평균 주가보다 얼마나 높고 낮은지 측정한 것이죠.
그런데 안타깝게도 가장 자주 출현하는 수익률은 마이너스 10%에서 제로 수익률(아래 그림의 -10~0% 구간)입니다. 5년에 한 번꼴로 출현합니다. 특히 주식에 투자해서 손실을 볼 가능성은 무려 42.5%에 달합니다. 이런 것을 보면, 한국 주식시장의 수익률 분포는 정규분포(Normal Distribution)와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 코스피지수의 연 수익률 분포 (기준: 1981~2020년, 원화)
정규분포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중간값(Median)과 최빈값(Mode), 그리고 평균값이 일치하는 것입니다. 즉, 정규분포에서는 지난 40년 동안의 수익률을 줄 세우면, 20번째로 높은 수익률이 평균과 일치해야 하고, 이것이 또 가장 자주 출현하는 값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 주식시장은 이런 특성을 단 하나도 만족시키지 않으니 정규분포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정규분포가 아니면 미래의 수익률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가 증권사 리서치 업무를 담당할 때, 그렇게 빈번하게 전망이 빗나간 이유가 이런 데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저렇게 자주 손실이 발생하는데, 어떻게 코스피지수가 3천 포인트를 돌파했나?”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 답은 10년에 한 번 발생하는 급등 장세 때문입니다.
앞의 그림에서 오른쪽에 위치한 4번의 고수익 국면에 주가의 절대 수준이 크게 올라갔고, 이때를 놓친 투자자들은 주식투자에서 재미를 보기 어려웠던 셈입니다. 참고로 연평균 주가 기준으로 가장 높은 성과가 발생했던 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으로, 주식시장이 한해 동안 98.7% 상승한 바 있습니다.
세계의 다른 주식시장도 이런 모습을 보일까요?
미국 S&P500 지수의 연 수익률 분포 (기준: 1981~2020년, 달러)
한국/미국 증시 비교(1981~2020년)
적어도 선진국의 주식시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 주식시장의 대표지수 중 하나인 S&P500(Standard & Poor’s 500) 지수의 1981년부터 2020년까지 40년 동안의 연 수익률 분포를 보면, 플러스 10%의 수익률을 중심으로 좌우 대칭적 모습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했을 때, 플러스(+) 성과를 기록할 확률은 무려 80%에 이르는 반면, 마이너스 20% 이상의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은 40년에 단 한 번(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뿐이었습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