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은 달러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한국에 투자한 주식을 손해보게 된다.
당장 손해가 생기니 달러가 오르면 외국인들은 주식을 판다.
달러 강세와 주가 관계의 비밀!
‘달러가 강한 불편한 환경이 지속되면서 외국인 자금 유입 속도가 둔화됐다’ 주식 관련 뉴스를 보면 자주 나오는 구절 중 하나다. 달러가 강하면 외국인이 한국 시장에서 투자를 덜 하고, 달러가 약해야 외국인이 한국시장에 잘 들어온다는 얘기다.
분명 학교에서 경제를 배울 땐 ‘한국은 수출주도형 국가라 환율이 올라야 기업 실적이 좋아진다’라고 배운다. 이 개념을 주식시장에 적용해보면 환율이 올라야 기업 실적이 좋아질 테고, 기업 실적은 주가와 연관되므로 높은 환율이 곧 증시의 호재가 되어야만 한다. 그런데 주식시장에선 환율과 주가가 정확히 반대로 움직인다. 도대체 왜일까?
외국인은 환율에 민감해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세 주체는 외국인·기관·개인이다. 기업 실적과는 상관없이 이 셋 중 하나가 증시에 돈을 싸서 들어오면 주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중 외국인은 전체 시가총액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큰 손’이다.
그런데 이 외국인은 환율에 민감하다. 예를 들어 스미스씨가 1달러가 1천원일 때 100달러를 환전해서 A종목에 10만원어치 투자를 했다고 치자. 주가는 변함이 없는데 어느 날 갑자기 1달러가 1,500원으로 올랐다고 해서 스미스씨가 10만원어치 주식을 판 뒤 다시 달러로 바꾸었다면 66.66달러가 될 것이다. 환율만 올랐는데도 33달러나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달러가 강세를 띄니 어려운 말로 ‘환차손’을 본 것이다.
또 환율은 그 국가의 경제상태를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원화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경제가 튼튼하다는 말을 방증하는 것이다. 외국에서 한국 경제가 고평가를 받아야 원화 가치도 올라가지 않겠는가? 그래서 외국인들은 달러가 강하면 한국 주식시장을 떠나고, 달러가 약하면 들어오는 특징이 있다.
2020년 하반기, 한국에서 ‘외국인 투자자들 돌아오나’라는 기사가 자주 나왔던 건 이 같은 이유들 때문이다. 앞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 이후 한국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규모로 주식을 팔아치운 바 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겨내고자 미국이 재정지출을 대폭 확대했고, 시장에 달러가 흔해지면서 달러가치가 연일 하락했다. 약달러 기조가 이어질 경우 한국 시장에 재차 외국인들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기에 언론이 주목한 것이다.
원화와 같이 가는 위안화, 따로 가는 달러
다른 국가의 외환사정을 들여다보면 원화의 향방도 추측하기 어렵지 않다. 예컨대 중국의 위안화는 한국의 원화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 입장에서 중국과 한국은 ‘신흥국’이라는 한 틀에 묶이기 때문에 주식을 매도할 때도 같이 매도하는 경우가 흔하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외국인 입장에서는 환차손을 보기 때문에 주식을 매도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한국 주식까지 덩달아 팔게 되는 것이다. 즉 한국 시장에서 외국 자본이 유출되며 원화 약세 흐름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위안화가 떨어지면 중국 기업들과 높은 수출 경합도를 가진 한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므로 원화는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실제 2016년초 중국이 수출 가격에 대한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위안화를 1.86% 절하하자, 이 같은 우려들이 반영되며 하루 만에 환율이 약 15.9원이나 뛴 적이 있다.
한편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원화는 반대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는 어느 나라에서든 통하는 돈이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다.
그래서 달러값이 높아지면 그동안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위험 자산을 샀던 사람들이 다시 달러를 사러 달려가게 된다. 이런 이유로 달러 가치가 높아지면 반대로 위험 자산에 속하는 원화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환율 따라 갈리는 업종 간 희비
한편 달러가 오르면 주가가 전반적으로 내려가지만, 업종별로 보면 수혜를 보는 곳도 분명히 있다. 자동차, 전자 등과 같은 수출 기업이 대표적이다. 외국에서 같은 제품을 똑같은 양으로 팔아도 달러가 비싸기 때문에 원화로 환산하면 돈을 더 번 것처럼 기록되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선진국과 품질이 비슷해지면서 가격이 중요해졌는데, 원화가 약할수록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며 수출이 증가한다.
반대로 환율이 내리면 수혜를 보는 대표적인 업종이 항공이다. 비행기 리스 비용이나 연료 가격을 달러로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달러값이 내려가면 그만큼 부담을 덜 수 있다.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항공기 차입금 등으로 인해 막대한 외화 부채를 갖고 있고 이자 비용도 대부분 달러로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달러가 강세를 띄면 환차손이 크게 발생한다. 이 밖에 여행업종의 경우에도 달러가 약세를 띄면 해외여행객이 늘어나 이익이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