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싸워서 이기려면?
시장에 널린 주식을 사들여 쪽수를 늘리거나 혹은 소액주주를 꼬셔 제 편으로 만들거나!
그 과정에서 주주들은 이득을 보는 경우가 많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구경이 싸움 구경이라는데, 주식시장에선 특히 그렇다. 주주들끼리 싸우기 시작하면 이상하게 그 종목의 주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주주가 싸우면 주가가 올라가는 현상, 사실 여기엔 상식적 이유가 존재한다.
쪽수 늘리려고, 주식 사거나 소액주주 꼬시거나
주주들끼리의 싸움에서는 지분율을 얼마나 가져갈 수 있는지에 승패가 갈린다. 주식회사의 모든 일은 주주총회에서 결정되고, 주주의 동의 없이는 어떠한 안건도 통과될 수 없다. 지분율을 높여서 찬성투표율을 높여야만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주요 주주들끼리 싸우면 서로 주식을 매입하려고 든다. 주식은 한 주당 한 표의 의결권을 가지니까 경쟁적으로 주식을 많이 사들여서 이기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주식은 기업 가치와 무관하게 수요와 공급에 따라서 가격이 결정되기도 한다. 주식을 사려는 수요가 증가하면 주가는 자연스레 올라간다. 지분확보 경쟁으로 주가가 올라가는 원리는 여기에 있다.
직접적으로 주식을 사들이지 않아도 찬성투표율을 올리는 또 하나의 방법이 있다. 바로 이미 주식을 들고 있는 소액주주를 내 편으로 만들어 이들이 나에게 한 표를 행사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액주주가 혹할 만한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배당을 많이 주겠다거나, 오랫동안 주가를 억누르고 있는 외부 사업을 접겠다는 식의 공약을 내거는 것이다. 소액주주를 꾀기 위해선 주주에게 우호적인 공약을 내걸 수밖에 없으니 주가는 또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한진가 남매의 난’으로 알려진 한진칼 경영권 분쟁을 보자. 2020년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두고 3자연합(사모펀드 KCGI·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건설)과 한진그룹 측(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델타항공 등)이 대한항공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서며 주가가 폭등했다.
심지어 한진그룹 측은 소액주주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공약도 내걸었다. 호텔·레저 등 돈 먹는 사업들을 정리하는 한편,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해 경영을 감시하는 이사회의 역할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러한 공약들은 기업가치를 높여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분쟁 끝나면 주가는 빠르게 제값 찾아간다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면 주가가 오르기 마련이기에, 투자자들은 경영권 분쟁 자체를 호재로 여기고 주식을 사들이려고 한다. 이렇듯 투기적 세력이 모이면서 주가는 비정상적인 급등세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거나 큰 소득 없이 끝나게 되면 주가 거품은 빠르게 꺼진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롯데의 ‘형제의 난’이 대표적이다. 2020년 4월말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동빈 롯데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 해임안을 포함한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소식이 전해진 당일엔 주가가 상한가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고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보이자 주가는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