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는 어떤 것에 의해 움직일까? 바로 그 나라의 경제, 기업 실적 그리고 매매 주체들의 투자심리에 의해 좌우된다. 그런데 지구는 24시간 돌아가고 ‘세계화’로 각 나라는 유기체처럼 연결되어 있다. 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어떤 일이 다른 나라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단 얘기다. 이는 기업 실적, 경제, 증시로도 연결된다.
중국에서 철강 소비가 크게 줄어들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호주 경제가 휘청거린다. 호주는 철강 원료인 철광석 최대 생산국이고, 중국은 철광석 생산국이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세계 최대 철광석 소비국이기도 하다. 중국은 모자란 철광석 수입의 절반 이상을 호주에서 하기 때문에 중국 철강 소비량은 호주 철광석 업체의 실적, 나아가 호주의 경제성장률과 환율, 증시 등 금융시장 곳곳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경제는 어떤 나라와 가장 많이 얽혀 있을까?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다. 전체 수출의 4분의 1가량을 중국에 하고 13%가량을 미국에 한다. 전체 수출액의 40%가 중국, 미국으로 가는 것이다. 나머지는 일본, 아세안, 유럽연합(EU) 등에 수출한다. 중국, 미국 경제가 잘 돌아가고 소비가 늘어나야 우리나라 역시 수출을 통해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증시가 올라가게 된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증시는 때론 미국 뉴욕증시 또는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에 영향을 받으며 움직인다.
2019년 미국과 중국이 관세율을 높이며 무역분쟁을 벌였을 때 싸움의 당사자인 미국, 중국 증시는 20~30%대로 오르는데 우리나라 증시는 고작 7%대로 상승하는 데 그쳤다. 코스피 상장사의 순이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나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전 세계적인 보호 무역주의로 이어지면서 수출이 10%가량 줄어든 영향이다. 수출의 5%를 차지하는 일본 역시 우리나라에 IT부품 수출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불기도 했다. 반면 내수 경제 중심인 인도는 우리나라보다 두 배 높은 증시상승률을 보였다.
우리나라 증시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어떤 마음을 갖는지도 중요하다. 투자에는 국경이 없다. 우리나라 코스피 시가총액의 3분의 1 이상을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다. 미국, 유럽, 중동 등 외국인 자금이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증시의 방향성을 결정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증시는 신흥국 증시에 속해 있고 외국인들이 신흥국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자금이 들어오거나 나간다.
신흥국 경기와 상관없이 자금이 움직일 수도 있다. 전 세계 자금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조정할 때가 그 예다. 연방준비제도가 국채를 매입해 돈을 풀어대느냐, 아니면 쪼이느냐에 따라서도 외국인들의 투자심리가 바뀌기도 한다. 연준이 돈을 풀면 신흥국으로도 자금이 들어올 수 있으나 돈을 죄면 신흥국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선진국 증시를 더 선호할 가능성도 있다.
또 위안화는 대표적인 신흥국 통화인데 위안화가 폭락할 경우 원화에도 영향을 미쳐 원화 약세 현상이 벌어지면서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시각이 나빠질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중국과 우리나라 증시가 함께 움직이는 동조화 현상(커플링, coupling)이 일어나게 된다.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는 아시아 증시, 유럽 증시, 미국 증시를 24시간 오가면서 반영된다.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보자. 우리나라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정규장이 열린다. 시차가 없는 일본은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장을 열고 우리나라보다 한 시간 느린 중국, 홍콩은 우리나라 시각으로 오전 10시 30분에 개장해 각각 오후 4시, 5시에 문을 닫는다.
영국, 독일 등 유럽 증시는 우리나라 시각으로 오후 5시 열려 새벽 1시 30분에 문을 닫는다. 미국 뉴욕증시는 밤 11시 30분에 문을 열어 그 다음날 오전 6시에 문을 닫는다. 유럽, 미국증시는 서머타임 기간에는 거래시간이 한 시간씩 앞당겨진다. 미국은 3월 두 번째 일요일에 서머타임이 시작돼 11월 첫 번째 일요일 끝나고, 유럽은 3월 마지막주 일요일에 시작돼 10월 마지막주 일요일에 끝난다.
아시아장이 열리는 동안 악재가 발생하면 아시아장이 하락할 것이고, 그 다음에 열리는 유럽 증시, 뉴욕 증시에 순차적으로 반영되어 전 세계 증시가 다 같이 폭락한다. 반대로 증시를 지배하는 키워드가 각 나라의 이해관계에 따라 각기 다르게 반영되어 증시 차별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 각국의 증시 방향성이 서로 달라지는 것을 역동조화 현상(디커플링, decoupling)이라고 한다.
2019년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당시 우리나라와 똑같이 수출로 먹고 사는 데다 우리나라보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은 대만 가권지수는 23%가량 상승해 30년 만에 처음으로 1만 2000선을 넘어섰다.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인 대만 TSMC가 중국에서 철수해 대만에 공장을 지은 데다 미국 내 중국산 제품이 대만산으로 대체되면서 미국으로의 수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나라 대중, 대미 수출이 모두 감소했던 것과는 상반된다. 증시 역시 이런 상황을 반영해 차별화가 나타났다.
공매도 뜻과 기간, 그리고 순기능 (ft. 루이싱커피)
다우이론으로 주식 매수 타이밍 잡기 (강세장, 약세장)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면 주가가 오르는 이유 (ft. 한진가 남매의 난, 롯데 형제의 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