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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바텀업(Bottom-up) 투자 방식의 장단점 (ft. 종목선정 팁, 비금융 내수기업)

어떤 투자대안이 있을까?

이전 글에서 다뤘듯이, 이러한 한국 증시의 투자환경을 감안할 때, 저는 두 가지 종류의 투자 스타일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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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 - 한국의 수출액과 코스피200 기업의 영업이익의 관계 (ft. 경기민감재)

첫 번째 선택지는 이른바 바텀업(Bottom-up) 투자로, 기업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주가가 저평가되었을 때 주식을 매입하는 전략입니다. 물론기업의 내재가치와 주가 사이에 괴리가 크게 벌어지는한국 증시의 환경을 감안해야겠죠.

, 바텀업 투자를 할 때에는 배당금 지급 및 자사주 매입 등 이른바주주에 대한 보상이 꾸준히 이뤄지는 기업을 최우선의 투자대상으로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바텀업 전략을 꾸준히 밀고 나갈 수만 있다면, 기대할 수 있는 투자성과는 굉장할 것입니다. 그러나 바텀업 전략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심리적 갈등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개별 기업의 가치를 분석하기 위해 꾸준히 공부해야 할 뿐만 아니라, 매력적인 기업을 골랐다고 하더라도 성과를 내는 데 생각보다 오랜 기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식투자로 큰 부를 이룬 워런 버핏은 다음과 같이 투자할 종목을 고르는 팁을 줍니다.

내가 찾는 기업은우리가 그 사업을 이해하고, ② 장기 경제성이 좋으며, ③ 경영진이 유능하고 믿을 수 있고, ④ 인수가격이 합리적인 기업입니다. 우리는 기업을 통째로 인수하고자 하며, 경영진이 우리 동업자가 될 때는 지분의 80% 이상을 인수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위대한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할 수 없을 때는 주식시장에서 위대한 기업의 지분을 소량 사들이는 것으로도 만족합니다. 모조 다이아몬드를 통째로 소유하는 것보다는 최상급 다이아몬드의 일부를 소유하는 편이 낫기 때문입니다.

진정으로 위대한 기업이 되려면 탁월한 수익률을 지켜주는 항구적해자(垓子)’를 보유해야 합니다. 어떤 기업이 높은 수익을 내면 자본주의 역학에 따라 경쟁자들이 그 성()을 끊임없이 공격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탁월한 실적을 유지하려면 낮은 생산원가나 강력한 세계적 브랜드를 가진 기업처럼 가공할 만한 진입장벽을 보유해야만 합니다. 기업의 역사를 돌아보면, 견고해 보이던 해자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로마 폭죽같은 기업들이 넘쳐납니다.

따라서 계속해서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에 속한 기업들은항구적해자 기준에 따라 우리 관심 대상에서 탈락합니다. 자본주의의창조적 파괴가 사회에는 매우 이롭지만, 투자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을 높이기 때문입니다. 해자를 계속 다시 만들어야 한다면 해자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상과 같은 기준을 가지고 주식에 투자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특히 장기적으로 큰 성과를 올리고 있음에도 주가가 합리적인 수준에 머무른다는 것은 시장의 주도적인 흐름에서 소외되었거나, 혹은 대주주 위험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내재가치가 뛰어난데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소외된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서는대중과 떨어져 소수의 편에 서는용기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텀업 투자는다이어트와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이어트는 우리에게 멋진 몸매와 건강한 노후를 약속하지만, 당장의 고통과 인내를 수반하기 때문입니다. 회식에서 모두 맛나게 탕수육과 볶음밥을 먹고 있는데, 혼자만 풀을 먹고 있으면 주변에서 수군댈지도 모릅니다.

남들이 싫어하거나 기피하는 주식, 그리고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주식을 매수해 제값을 받을 때까지 보유하는 바텀업 투자자들도 회식 자리의 다이어터 신세랑 비슷한 것 같습니다.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진 주식을 저가매수를 해야 하는 부담에 못지않게, 바텀업 투자의 난이도를 높이는 것은 바로 한국의 경제가 수출 중심의 경제라는 것입니다.

애널리스트의 이익 전망에 따르면,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코스피200 지수 구성 기업) 2021년 영업이익은 2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가운데 70%를 수출기업들이 차지합니다.

그리고 수출기업들의 미래이익을 예상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해외시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신속하게 파악하기도 힘들고, 더 나아가 한국 수출기업들은 해외 바이어로부터 주문이 안정적으로 오는 경우가 드뭅니다.

결국 내수기업이 바텀업 투자자들의 대안이 될 수 있을 텐데, 내수기업 중에서도 은행이나 보험사, 증권사 같은 금융기업들의 이익은 수출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수출이 잘되면 주가가 오르며 증권사의 이익이 커질 가능성이 높은데다, 한국은행은 수출이 잘될 때마다 정책금리(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21 8월 단행된 한국은행의 정책금리 인상도 수출이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선 것을 확인하고 이뤄진 경향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에서 바텀업 투자는 주로 비금융 내수기업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10여 년 전 모 가치투자 모임에 정기적으로 참여해 토론할 때, 가장 빈번하게 토론 대상으로 올랐던 기업들이 시멘트·가구·인테리어·유틸리티·필수소비재 분야에 속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물론 이 산업들도 투자의 매력이 넘쳐흐르기는 합니다.

다만 어떤 특정 산업에 치우친 투자 포트폴리오는 경기의 뜻하지 않은 변화 등에 따라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텀업 투자의 마지막 난점은 이미고수들이 우량기업들을 선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아는 재야의 투자자는 매 분기마다 상장기업들의 실적을 시각화해서 업데이트를 합니다. 어떤 기업의 실적이 좋아졌고, 이 실적 개선이 상품의 질적 변화나 판로의 개척 때문인지 아닌지를 끊임없이 검토하고 점검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이 투자한 주식의 비중을 높이거나 줄이는 등의 의사결정을 내리죠.

주식시장에는 이 정도의 열정과 정성을 가진 투자자들이 즐비합니다. 그런데 지금 개별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읽기 시작해서 이들을 넘어설 수 있을까요?

그래서 주식시장을체급 제한이 없는 격투기라고 부르곤 합니다. 오늘 어떤 주식을 매입했을 때, 그 주식을 매도한 이가 워런 버핏이나 조지 소로스일 수도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합니다. 따라서 저는 바텀업 투자에 대한 미련을 대부분 버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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