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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한국 코스피&코스닥 증시의 '낮은 배당수익률'이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

한국 증시의 낮은 배당수익률은 어떤 영향을 미치나?

앞에서 설명한 요인을 감안할 때, 한국 상장기업들의 태도는 일부 우량기업들을 제외하고는 달라질 것 같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는 한국의 금융시장에 연쇄적인 악영향을 미칩니다.

▶한국 코스피 코스닥 기업들이 배당에 인색한 2가지 이유

가장 큰 문제는 투자자들 입장에서 기업의 이익이 늘어나는 것이나와 무슨 상관인가?’라고 생각하기 쉬운 데 있습니다. 빠르게 성장하고 시장점유율을 높여가는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는 이유는 결국기업의 성장이 주가의 상승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그런데 기업의 이익이 늘어나더라도 배당에 인색하고 자사주 매입을 게을리한다면? 더 나아가 기껏 매입한 자사주도 소각하지 않고 경영권 방어용 등으로만 사용한다면? 아마도 기업의 내재가치, 즉 미래에 벌어들일 현금흐름의 현재가치의 합계에 대한 관심은 매우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한국 주식시장의 투자자들이 주식을 장기보유 하기보다는 단타매매에 치중하고, 더 나아가 다양한 투자 테마와 세력의 움직임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많은 이유가 이런 데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낮은 배당수익률은 주식시장의 버팀목을 제거하는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A기업의 주가가 1만원이고 주당 200원의 배당금을 지급한다고 가정해보죠. 이 경우 배당수익률은 2%(=200/10,000×100)입니다.

그런데 A기업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혹은 2020년 코로나 팬데믹 같은 불황에서도 주당 200원의 배당금을 꾸준히 지급했다면, 예상하지 못한 주가 폭락은 A기업 주식의 매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A기업의 주가가 1만원에서 5천원으로 떨어질 때, 배당수익률은 무려 4%에 이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 배당수익률이면 웬만한 회사채 금리보다 높은 수준이며, 만일 여기서 주가가 더 빠지면 배당투자의 매력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수년 전 모 기관에 근무하던 당시리스크 관리위원회에 불려간 적이 있습니다. 투자의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최고책임자가 다음과 같이 질문했습니다.

이 주식을 왜 샀어요? 주가가 계속 빠지는데 말입니다.”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이 회사는 안정적인 배당을 지급하는 기업이기에, 주가가 빠질수록 배당수익률이 높아집니다. 장기투자 기관으로서 배당을 꾸준히 지급하는 우량기업의 주가가 폭락할 때 매수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이 말을 들은 상사는 이 안건을 더 거론하지 않았고, 시간이 흐른 후 이 기업의 주식은 큰 폭으로 상승해서 국내 주식 파트의 성과 개선에 기여했던 기억이 납니다. 심지어 국내 주식 운용역들끼리리스크 관리위원회에 올라간 주식은 반드시 추가매수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였으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이 기업이 배당을 전혀 지급하지 않거나, 혹은 배당을 자주 중단한 기업이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아마 운용역들이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손절매(Loss-cut), 즉 주가의 비정상적인 급락에 매도로 대응했을지도 모릅니다.

이것이 바로 배당의 힘입니다. 특히 연기금 같은 장기투자 기관들은 배당소득세 등을 내지 않기 때문에, 배당을 지급하는 기업에 장기투자를 하고 배당금을 재투자함으로써 복리 성과를 누리려는 동기를 가지게 됩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연기금이 투자하면 좋은 점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경영만 똑바로 한다면 자사주 매입을 해서 백기사(White Night, 기업 인수합병 등에서 현재 경영자의 편을 들어주는 제3세력)에게 주식을 넘기는 등의 번거로운 일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더 나아가 연기금의 지분율이 높으면 기업의 평판도 올라가고 뛰어난 인재를 뽑기도 쉬워집니다. 물론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불황이 오더라도 주가가 폭락할 위험이 낮아서 안정적인 주가 관리도 가능해집니다.

반대로 배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혹은 불황이 오면 배당금을 신속하게 삭감하는 기업은저가매수의 지지대를 스스로 걷어차는 셈이 됩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 한국 증시가 외국인이 주식을 매도하자마자 순식간에 붕괴되었던 것은 결국낮은 배당에도 원인을 찾을 수 있는 셈입니다. 따라서 한국 주식시장의 배당수익률이 올라오지 않는 한, 장기투자 기반 및 안정적인 주식시장의 흐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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