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 분석은 주가가 오를지 말지를 확률적으로 보여준다.
단 확률은 확률일 뿐, 기술적 분석이 항상 답이 아니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서울에서 부산을 간다고 하자. 경부고속도로를 타야 할까? 길이 막힌다면 좀 멀리 돌아가더라도 국도가 낫지 않을까? 실시간으로 교통 정보를 받아 알려주는 인기 내비게이션 앱을 활용해보자. 그 앱은 경부고속도로로 가라고 안내할 것이다. 운전자는 앱이 알려준 대로 경부고속도로를 탈까?
그런데 생각을 해보자. 인기 앱이라서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운전자는 대부분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고속도로가 막힌다. 명절, 휴가철마다 내비게이션 앱이 안내한 대로 갔다가 망한 경험까지 있다면 아마 이 운전자는 앱이 알려준 고속도로 대신 국도를 탈 확률이 높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간다는 목적지는 같다. 그러나 그 목적지로 가는 길은 제각각이다.
주식 역시 마찬가지다. 경기가 회복되고 A기업의 실적이 좋아져 주가가 많이 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A주식을 언제 사야 할까? 반대로 A주식을 팔고 싶다. 언제 팔아야 가장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
기술적 분석이란 무엇인가?
앞으로의 경기나 기업 실적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예측해 주식을 매매할 수도 있지만 과거 주가가 어땠는지, 투자자들은 어떤 매매 패턴을 보이고 있는지 등을 분석하고 예측해 주식을 매매할 수도 있다. 전자를 기본적 분석이라고 하고, 후자를 기술적 분석이라고 한다.
기본적 분석이 매매할 종목을 선택하는 데 유용하다면 기술적 분석은 해당 종목을 언제 살지, 언제 팔지를 정하는 데 좀더 유용하다. 기술적 분석만 따져서 주식을 매매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단기투자에 그쳐야 한다. 기술적 분석만 따질 경우 잘못하다간 조만간 상장폐지 될 종목에 투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술적 분석은 쉽게 말하면 과거 주가의 움직임과 거래량 등을 그림으로 나타내고, 그 그림을 통해 매매 타이밍을 예측하는 것을 말한다. 하루, 일주일, 월 단위의 주가 흐름을 막대기로 표현하면 ‘봉’차트가 되고, 주가가 일정 기간 어떻게 움직였는지 평균을 내고 그것을 선으로 이으면 ‘이동평균선’이 된다.
주가 흐름을 보고 주가가 어느 정도 선까지만 오르고 더는 못 오르겠다고 판단할 수도 있고, 이 선까지는 안 떨어질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거래량이 갑자기 늘어났다면 매수 신호, 줄어들었다면 매도 신호로 읽힐 수 있다.
A주가가 상장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너무 올랐는데… 곧 떨어지겠어’, ‘계속 오르겠는데… 지금이라도 사야 하나’ 홀짝 게임처럼 절반의 확률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과거의 주가 흐름, 매매 패턴을 분석해보면 어느 한 쪽의 확률이 좀더 높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 수 있다.
주가가 계속 하락해왔는데 갑자기 봉차트에서 ‘망치[종가가 시가보다 높으면서 꼬리(저가)가 길게 형성된 모양]’가 나타난다면 투자자들은 오랜 경험에 의해 ‘주가 하락이 곧 멈추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또한 주가가 이동평균선에서 너무 벗어나 올라와 있다면 조만간 이동평균선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주가가 저항선을 넘겨 상승한다면 당분간 추가 상승이 이어지겠다고 판단할 수 있다. 다만 이는 과거 경험상 그럴 확률이 높다는 것일 뿐, 반드시 정답은 아니다.
매매타이밍은 기술적 분석으로
주식시장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집합체이기 때문에 본질가치가 1만원짜리인 주식이 반드시 1만원에 거래되진 않는다. 어떤 사람은 그 주식을 8천원이라고 생각하고 또 다른 사람은 1만 2천원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갖가지 생각이 모여 주가가 매일 변동한다.
A기업의 실적이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이 전체의 90%라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A기업의 주가는 계속 올라야 할 텐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A기업의 주가가 1년 뒤 두 배 올랐다고 해도 그 과정에선 수많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 1년간 기술적 분석에 의한 상승과 하락 신호를 반복하며 주가가 지지선을 형성하고, 저항선을 뚫고 다시 지지선을 형성했다가 저항선을 뚫는 과정을 반복한다.
기술적 분석에 의하면 주가가 떨어졌어야 하는 종목이 있는데 그 종목의 주가가 계속 오른다면 사람들의 심리는 상승쪽으로 무게가 실릴 것이고, 주가가 상승할 줄 알았는데 너무 폭락한다면 하락쪽에 더 무게가 실릴 수 있다. 거꾸로 ‘사야 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주가는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하나의 추세선을 형성한다. 이 추세선은 그 주가의 역사가 된다.
기술적 분석은, 역사는 늘 반복되고 경기가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는 것처럼 주가도 그렇게 반복될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실제 그런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역사는 반복되기도 하지만 경제, 사회는 계속해서 변하고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간다.
한때 자동차, 휴대폰이 수출품 1위였고 관련 업체 주가가 올랐으나 이제는 온라인 플랫폼, 반도체 등 4차 산업혁명 관련주가 미래를 먹여 살릴 업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래서 과거 경험에 의한 미래 예측은 망망대해 같은 주식시장에 안도감을 주지만 동시에 불확실하다.
비가 오면 허리가 쑤시는 엄마는 오늘 허리가 쑤시면 내일 비가 올 것이라고 예측한다. 실제로 내일 비가 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엄마의 허리에 큰 질병이 생겨 툭하면 허리가 아픈 것일 수도 있다. 세상은 늘 변하기에 변화에 걸맞게 예측하고 판단하기 위해선 과거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세계의 주식시장 (커플링 디커플링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