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으로도 비트코인 방향을 예측할 수 있나?
비트코인 그 자체가 아니라, 비트코인과 닮은 꼴이면서 경쟁자이기도 한 금(金)을 이용해 비트코인 가격 방향성을 점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이라고 합니다. 총 발행량이 2100만 BTC로 제한되어 있어 희소성을 가짐으로써 인플레이션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자산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비트코인과 금을 하나의 카테고리에 포함시키는 것이죠. 그래서 일부 언론들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국면에는 비트코인과 금값이 항상 뛰어야 하는 것처럼 기사를 쓰기도 합니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공식적인 투자자산의 반열에 오르기 전까지는 ‘포트폴리오 내의 투자 위험을 헤지(위험회피)하기 위한 자산’이라는 지위를 놓고 금과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하는 만큼, 상당 기간 비트코인과 금값은 서로 상반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JP모건체이스가 “비트코인과 금의 경쟁이 시작되었다”고 평가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대규모로 자금을 운용하는 매니저들은 주로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 60%,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에 40%를 배분하는 이른바 ‘60 : 40’ 전략을 씁니다. 다만 이때 포트폴리오 전체 위험을 줄이고 상대적인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대체투자(Alternative Investment)*로 금이나 비트코인에 1~5% 정도를 투자하곤 합니다. 일종의 포트폴리오 다변화인데, 이 1~5%의 비중을 두고 비트코인과 금이 다투고 있는 것이죠.
대체투자(Alternative Investment)
: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전통적인 투자상품을 제외한 다른 대상에 투자하는 방식. 이같은 대체투자를 활용하면 전통적인 자산 가격이 동시에 하락할 경우 생길 수 있는 투자 손실을 일부 만회하거나 상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음
이렇다 보니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에 비트코인과 금은 주목받는 자산이지만, 어느 한쪽이 강한 랠리를 보이면 다른 한쪽은 쪼그라드는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최근 1년간 비트코인과 금 가격 간 상관계수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최근 3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습니다. 두 자산 간의 상관계수는 0을 기준으로 플러스일 때 정비례하고, 마이너스일 때 반비례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즉 최근 1년간 비트코인과 금 가격은 동시에 오르거나 떨어지지 않고 어느 한쪽이 올라갈 때 다른 한쪽이 떨어지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역(逆)의 상관관계를 이용하면 비트코인 가격의 방향성을 점칠 수 있는 것이죠.
최근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비트코인과 금 가격이 90일 정도 시차를 두고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역의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과 금 가격 사이의 상관계수가 -1에 가까워질 때에는 금 가격을 보고 비트코인 저평가나 고평가 여부를 판단해 매수나 매도 시점을 잡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죠.
실제로도 이런 패턴은 2021년 들어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2021년 초 비트코인이 강한 랠리를 보이자 대체투자 자금은 금에서 비트코인으로 급격하게 몰려들었지만, 2021년 4월부터 비트코인이 반토막에 이르는 조정을 받자 이 자금은 다시 금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다 비트코인 조정이 잠잠해진 2021년 7월부터는 다시 비트코인에 좀 더 많은 자금이 몰리는 식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2021년 들어 8월 중순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57%에 이르는 수익률을 기록하는 동안 금값은 7.5%나 하락했습니다.
금은 이미 수십 년간 공식적인 투자자산으로 인정받아온 만큼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 리포트가 나오고 있고, 선물과 상장지수펀드(ETF) 등 여러 데이터를 통해 가격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즉 분석이 쉽지 않은 비트코인 방향성을 점치기보단 금 가격의 방향성을 점쳐서 비트코인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를 가늠해보는 게 훨씬 더 편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물론 한계도 있습니다. 비트코인만큼은 아니지만, 금값의 고점이나 저점 여부를 판단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게 하나의 한계입니다. 또 하나의 한계는 비트코인이 금과 비슷한 양상으로 움직일 경우, 유용한 지표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이 극도로 안정되거나 불안정해지는 등 가격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충분히 활용 가능한 지표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 초보자를 위한 꿀팁
‘디지털 금’이라 불리는 비트코인은 금과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대체투자 차원에서 한동안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과 금 가격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고, 이에 금값을 전망하는 방식으로 비트코인 투자 시점을 가늠해보는 것도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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