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김치 프리미엄’, 김프는 도대체 뭐고 왜 생기는 걸까?
“가상화폐 거래는 사실상 도박과 같은 양상입니다. 그 거품이 무너질 때엔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는 매우 클 겁니다. 우리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소들을 폐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1만 7천 달러 정도 하던 2018년 1월에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 가격이 역사상 처음으로 2천만 원을 넘어서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설마 설마’ 하던 투자자들이 가상화폐시장으로 물밀듯이 밀려들자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박상기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발언을 내놓기에 이르렀습니다. 많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른바 ‘박상기의 난(亂)’으로 불리는 사건이죠.
지금은 양상이 많이 달라졌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 정부는 비트코인이든 알트코인이든 ‘모두가 투기’라는 프레임으로 접근했고, 그런 프레임을 만들게 된 계기는 바로 극도로 커진 ‘김치 프리미엄(Kimchi Premium)’에 있었습니다. 경제학에서는 일물일가(一物一價)의 원칙이 있다고 앞서 얘기했습니다. 같은 물건이라면 물건 값은 같아야 한다는 것이죠. 만약 차이가 생기면 그 차액을 얻기 위한 차익거래* 또는 재정거래(arbitrage)가 생긴다는 겁니다.
차익거래(arbitrage)
: 어떤 상품 가격이 시장에 따라 다를 때 가격이 싼 시장에서 사서 비싼 시장에서 팔아 매매 차익을 얻는 거래행위
일례로, 200만 원으로 가격이 매겨진 최신형 아이폰이라면 부산이든 서울이든 200만 원에 팔려야 하는 것인데, 만약 부산에서는 100만 원에 파는데 서울에선 300만 원에 판다고 합시다.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부산까지 내려가 100만 원짜리 아이폰을 마구 사서 서울로 돌아와 300만 원에 팔 겁니다. 앉은 자리에서 200만 원이라는 공짜 돈을 만질 수 있죠.
물론 개방된 시장이라면 부산에서 아이폰을 사려는 수요가 늘어날 테니 부산 아이폰 가격이 슬슬 올라가겠죠. 반면 아이폰 값이 비싼 서울에선 팔려는 사람이 늘어나니 가격이 내려가겠죠. 결국 서울과 부산에서의 아이폰 가격은 정가인 200만 원에서 만나게 될 겁니다.
다시 코인시장으로 돌아와보겠습니다. 국내 가상화폐시장에서 김치 프리미엄이 생긴다고 했는데, 김치 프리미엄은 한국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원화로 가상화폐를 살 때와 해외 거래소에서 달러화로(또는 달러화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 코인으로) 가상화폐를 살 때의 가격 차이를 말합니다. 이때 둘을 비교해 원화 가격이 더 비싸면 ‘김치 프리미엄’이라 하고, 반대로 원화 가격이 더 싸다면 ‘김치 디스카운트(Kimchi Discount)’ 또는 ‘역(逆) 김치 프리미엄’이라고 부릅니다.
사실 전 세계에서 1년 365일, 24시간 내내 거래가 이뤄지는 암호화폐 특성 탓에 거래되는 지역이나 통화에 따라 일시적으로 가격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에는 국내 가상화폐시장에서의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서 원화로 거래하는 비트코인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이 형성되는 김치 프리미엄은 일반적이었고, 이를 노린 차익거래로 활발하지 못했던 탓에 그런 프리미엄이 잘 해소되지 않았던 겁니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 원리대로라면,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해외보다 비싸다는 건 그만큼 사겠다는 수요는 많은데 팔려는 공급은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즉 해외보다 국내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더 적극적으로 사려는 성향이 강하다 보니 김치 프리미엄이 생기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공급 측면에서 전기요금 등의 비용 문제로 국내에서 비트코인 채굴(마이닝)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데다, 범죄 악용 우려로 인한 규제나 강력한 외환거래법 상의 규제 등으로 해외에서 비트코인을 사서 국내로 송금하는 것이 어려워 공급 부족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또한 외환거래법의 폐쇄성으로 인해 국내 거주자가 해외 거래소에 계좌를 만들고 달러를 보내 비트코인을 사는 것도 어려우니, 값싼 미국에서 비트코인을 사서 국내로 이체한 뒤 이를 내다 파는 차익거래가 쉽지 않은 것도 한 가지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로 인해 국내에서 비트코인 거래 열풍이 강하게 불었던 지난 2018년 1월에는 한때 김치 프리미엄이 무려 55%에 육박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는 국내에서 원화로 비트코인을 사면 해외에서 달러로 살 때보다 무려 55%나 더 비쌌다는 얘기이니, 어마어마할 정도로 국내 투자자들의 비트코인 구매 열기가 뜨거웠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또 한 번 비트코인 열풍이 불었던 2021년 4월에 비트코인의 김치 프리미엄은 22% 정도로, 근 3년 만에 다시 20%대로 복귀했습니다.
김치 프리미엄은 한마디로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열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잣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프리미엄이 높다는 건 ‘국내 비트코인투자 열기가 뜨겁다’로 해석해야 하고, 프리미엄이 낮거나 아예 역 프리미엄이 생긴다면 ‘국내 비트코인투자 열기가 싸늘해졌다’로 해석하면 됩니다. 이 김치 프리미엄은 전 세계 시장에서도 화제가 되어, 실시간으로 김치 프리미엄 수치를 보여주는 사이트인 ‘scolkg.com’ 등이 운영되고 있을 정도이니 여기서 찾아보면 됩니다.
끝으로 이 김치 프리미엄을 투자에 활용하는 법을 알아둬야 하는데, 앞서 얘기한 대로 김치 프리미엄 수치를 보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프리미엄이 과도하게 높다면 시장은 과열로 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으니 매수를 자제하면서 보유하고 있는 코인은 조금씩 팔아서 현금을 챙겨두는 편이 좋습니다. 반대로 프리미엄이 낮아지면 국내 투자심리가 좋지 않은 편이니 ‘슬슬 코인을 사볼까’ 하는 생각으로 시장을 지켜보는 편이 좋습니다. 역사적으로는 통상 김치 프리미엄이 10% 이상일 땐 시장이 조정을 받곤 했습니다.
최근에 가상화폐 사업자(거래소) 등록 요건 등을 규정한 개정 특정금융거래법이 2021년 9월 24일 본격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시장 단속 의지를 강화하고 있어서인지 비트코인에 붙었던 김치 프리미엄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국내 투자 열기가 다소 식어 있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미국 쪽에서의 투자 열기가 좋은 편이기도 합니다. 특금법 시행 이후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국내에서의 코인투자가 되살아날 수도 있겠습니다.
비트코인 초보자를 위한 꿀팁
: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의 공급량 부족이나 엄격하고 폐쇄적인 외환거래법으로 인해, 국내에서 원화로 구입하는 가상화폐 가격이 해외에서 달러로 구입하는 가격보다 비싼 김치 프리미엄이 곧잘 형성되곤 합니다. 이 프리미엄을 잘 체크하면서 투자자들의 심리나 가격 고평가 수준을 가늠해보고 투자전략으로 활용하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