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주식 투자에 나서는 일반 투자자들은 ‘증시는 넓고 거래할 종목은 많다’라는 환상에 흥분하기 쉽다. 종목이 많을수록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는 착각 때문이다. 그러나 굶주리다 초원을 만난 얼룩말들처럼 허겁지겁 이 종목 저 종목으로 옮겨다니며 욕심을 내다보면 숙련된 맹수의 먹이가 되기 십상이다.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에는 ‘갈등하에서의 선택(Choice under Conflict)’이라는 이론이 있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많을 경우 사람들은 행동을 미루거나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 이 이론의 요지이다. 일반적으로 늘어나는 선택의 자유로 인해 사람들은 오히려 불안에 휩싸이고 어려움에 직면한다.
따라서 처음 주식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라면 매매 대상을 압축할 필요가 있다. 한 투자자가 관리할 수 있는 종목의 숫자는 기껏해야 다섯 개를 넘지 못한다든지, 세 개 정도의 종목만으로 거래하는 전략이 효율적이라는 얘기도 있다. 한 종목의 매매 타이밍을 제대로 찾을 수 없다면 여러 종목들을 쫓아다닌다고 해서 확률이 높아질 수는 없을 것이다. 여러 종목을 조금씩 알기보다는 적은 종목을 철저하게 아는 것이 유리하다는 얘기다.
국내 증권사들이 분석 보고서를 내는 종목의 수는 코스닥까지 포함해서 많아야 200개 안팎이다. 전체 상장종목의 12.5% 정도인데, 특히 코스닥의 경우 6%도 채 안 된다. 전문가들도 투자 대상 종목을 제한해서 관찰하고 있는 상황인데, 투자 경험이 많지 않은 일반 투자자들이 전 종목을 투자 대상으로 고려한다는 것은 대단히 무모한 행위이다. 처음 주식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의 경우 증권사의 분석 대상 종목에 초점을 맞춰 투자한다면 종목 선정의 어려움을 덜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기술적 분석에 대한 끝없는 논쟁이나 비판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분석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다. 기술적 분석에 대한 예측의 신뢰도 이외에 시장 참여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1. 가격 변동을 알 수 있는 시각화된 역사적 기록
주가 변동의 기록, 상품가격의 변동 기록 또는 환율 변동의 기록은 모두 투자자들에게는 참고할 만한 귀중한 자료가 된다. 시각적 사고(Visual Thinking)란 바로 논리적인 사고를 뛰어넘는 창조적인 사고라고 할 수 있다. 기술적 분석의 기초 자료인 차트는 바로 단순한 숫자를 시각적 자료로 바꾼 것이다. 최근 들어 컴퓨터, 특히 기록저장장치의 획기적인 발전과 더불어 그림, 즉 이미지의 신속한 처리가 가능하게 되었다. 따라서 앞으로는 문자보다는 이미지가 더욱 중요한 의사전달 수단이 될 것이다.
2. 위험한 바다의 항해지도 : 가격 변동의 불안정성 판단에 용이
시장에 참여하는 것은 마치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것처럼 위험한 일에 비유되기도 한다. 이러한 위험한 항해를 하면서 지도가 없다면 얼마나 더 위험해질 것인가. 차트가 다루고자 하는 것은 미래의 방향이다. 이러한 미래의 방향은 객관화될 수 없다는 데 그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경험이 많은 기술적 분석가는 차트를 통해서 미래에 대한 행로를 예측할 수 있으며, 최소한 현재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행동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차트를 이용하면 거래에 수반되는 위험의 정도에 대한 판단이 쉬워진다.
3. 과거 사건과 가격 움직임을 비교·분석
기술적 분석으로도 기본적 분석을 검증할 수 있다. 즉 과거의 차트와 그 당시의 경제적 요인들을 대비하여 분석할 경우 미래에 보다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게 된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과거의 특정 상황을 돌이켜보는 행위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과정이며, 이는 역사가 기록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4. 시장과 기간 선택의 신축성
기술적 분석가들은 단기·중기·장기의 시간적 구간에 구애를 받지 않고 원하는 시장을 쉽게 선택할 수 있다. 가령 석유를 분석하는 기본적 분석가가 독일 마르크의 현물환시장에 참가하려 한다면, 그는 기술적 분석가보다 훨씬 긴 분석기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5. 손익의 관리도구
시장에서 성공한 투자자나 투자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투자자 모두 매수보다는 매도를 잘해야 한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감할 것이다. 기술적 분석은 이 손절매의 포인트를 설정하는 데 매우 합리적인 방법을 제공해준다. 주식 운용을 둘러싼 문제 중에는 ‘행동(Commission)’의 죄뿐만 아니라 ‘태만(Omission)’의 죄도 있다.
실제로 주식 투자로 인해 엄청난 손해를 본 사람들이 저지른 과실은 제때에 손절매하지 않음으로 인해 일어나는 것이다. 주식 투자에 있어 금전상의 피해를 본 경우는 항상 무언가를 저질렀을 때만은 아니다. 반대로 주식을 매수한 후에 어떤 선택도 하지 않아서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6. 차트를 신봉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차트는 여전히 유용하다
기술적 분석을 신봉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최근에는 차트의 움직임에 주목한 이후 투자에 나서고 있다. 다시 말해서 차트를 전혀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차트는 유용한 것이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만약 철저하게 기술적 분석기법을 불신하다면 기술적 분석가들이 행동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매매를 하면 될 것이다.
▶기술적 분석에 대한 3가지 비판, 그에 대한 반박 (ft. 자기성취적예언, 시계열분석, 랜덤워크이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