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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은 왜 전염병에 강한가

 

유대인 강제 거주지였던 게토는 다른 지역보다 인구밀도가 네 배 정도 높았지만 아동 사망률은 절반에 불과했다. 비결은 유대인의 위생수칙이었다. 이들은 안식일을 앞둔 매주 금요일 목욕을 하고 손톱을 깎는 유대교의 정결의식을 철저히 지켰다. 예배와 식사 전에는 반드시 손을 씻었다. 손만 잘 씻어도 아이들의 배탈이 90% 줄었다.

 

유대인의 위생수칙은 14세기 흑사병 사태 때 가장 빛났다.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목숨을 잃었지만 유대인들은 대부분 살아남았다. 바이러스가 손을 통해 전파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이었다. 이들이 상대적으로 멀쩡하다 보니 '흑사병을 퍼뜨린 게 유대인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사서 '마녀사냥'의 억울한 희생자가 되기도 했다.

 

 

손 씻기는 지금도 유대인 위생수칙의 제1 지침이다. 이들은 율법에 따라 하루 아홉 번 이상 손을 씻는다. 식사 전 손 씻기 방법만 20여 가지에 이른다. 오른손을 먼저 씻고 이어 왼손을 씻는다. 손가락 사이와 손목까지 완전히 씻는다. 다 씻은 후에는 비벼서 충분히 말린다. 식사 중 옷으로 가려진 신체 일부나 이마를 만지면 다시 손을 씻어야 한다.

 

집안도 청결하게 관리한다. 가정이 곧 예배의 성소이기 때문에 안식일을 쇠기 위해 매주 대청소를 한다. 유대인의 주요 절기에는 더욱 꼼꼼히 닦고 쓴다.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에서 탈출한 것을 기념하는 유월절을 앞두고는 몇 주에 걸쳐 식기와 생활용품을 끓는 물에 삶아서 소독한다.

 

음식 재료를 선택하는 일 또한 까다롭다. 대표적인 것이 '피를 먹지 말라'는 지침이다. 종교적인 의미를 떠나서도 피는 다른 부위보다 일찍 부패한다. 유대인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코셔(kosher. 히브리어로 '적절한', '옳은'이라는 뜻)라고 해서 엄격히 구분한다. 채소, 과일 등 식물성 음식과 소, 양, 염소는 먹지만 발굽이 갈라지고 되새김질을 하지 않는 돼지는 금기시한다.

 

이들은 기원전부터 동물 사체를 만진 사람을 최대 7일간 격리하면서 감염을 예방했다. 요즘도 아이들은 "물 마시기 전에 손을 씻고 컵을 닦아라. 마신 후에도 닦아라. 닦지 않은 컵을 다른 사람에게 권하지 말라" 등의 위생수칙을 들으면서 자란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중동에서 7000명을 넘었지만 이스라엘에는 39명뿐인 것도 이 덕분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