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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유럽의 우한

 

'돌체 비타(달콤한 인생)'의 나라, 이탈리아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만신창이가 됐다. 주말 하루 만에 사망자 133명, 확진자 1492명이 불었다. 지금까지 총 사망 366명, 확진자는 7375명이다. 코로나 발병 국가 2위 자리를 놓고 한국과 다투는 꼴이다. 육군 참모총장까지 코로나에 감염되고, 인구 4분의 1이 사는 지역에서 도시 봉쇄령이 내려졌다. 이탈리아는 어쩌다 '유럽의 우한'이 됐을까.

 

8년 전 이탈리아 북부의 섬유 도시 프라토를 간 적이 있다. 천년 역사를 지닌 중세도시가 거대한 차이나타운으로 변해 있었다. 중국 섬유업체 4000여 개가 둥지를 틀고, '메이드 인 이탈리아' 옷을 엄청나게 찍어대고 있었다. 주말마다 유럽 여러 곳에서 중국인 보따리상이 몰려왔다. 중국계 마피아까지 진출해 도박, 매춘, 마약에 손을 뻗고, 불법 이주를 알선하고 있었다. 이번 사태로 이탈리아 정부가 중국 직항로를 끊어도 중국 갱단이 알선하는 밀입국자를 막지는 못한다.

 

 

프라토에 사는 중국인 근로자 5만명 가운데 90%는 '중국의 유대인'으로 불리는 저장성 원저우 출신이다. 그만큼 상술이 뛰어나다. 원저우는 코로나 사태로 우한에 이어 두 번째로 봉쇄된 곳이다. 프라토 거주 중국 근로자 상당수는 춘제 때 고향에 다녀왔을 것이다.

 

연간 300만명이나 이탈리아를 찾는 중국 관광객이 바이러스 전파자일 수도 있다. 만성 재정위기에 시달리는 이탈리아는 활로를 모색하려고 중국 일대일로 전략의 유럽 전초기지 역할을 자임하며 중국인 관광객을 적극 맞이했다. 자연 중국의 눈치를 더 살핀다. 프라토 도심에서 중국 갱단끼리 전쟁을 벌여도 못 본 척하고, 밀라노 로마에선 중국 공안을 불러들여 중국인 관광객의 사건 사고를 담당하게 했다.

 

미국 펜실베니아주에 있는 이탈리아 이주민 마을 '로제토'는 심장병 사망자가 유난히 적어 미국 의사들이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30년 걸친 추적조사 결과 찾아낸 비결은 가족과 이웃이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공동체 문화'였다. 혈연, 지연, 학연과 얽힌 모임이 많고 만날 때마다 볼을 비비는 인사를 나눈다. 바이러스가 좋아할 만한 환경이다. 여기에 일본에 버금가는 초고령 사회라는 점도 피해를 키우고 있다. 진단 키트 부족으로 병세가 크게 나빠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 낙후한 의료 체계도 악조건이다. 하루빨리 코로나 사태가 해결돼 정(情)만은 이탈리아인이 돌체 비타를 맘껏 즐겼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