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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폭락

 

어제 증시 개장과 동시에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동반 폭락했다. 망연자실한 여의도 증권맨들 사이에 "고객들은 '마스크 5부제'를 하지만, 우린 한강 물 오염 덜 되게 '한강 5부제' 실시하자"는 한탄이 오갔다고 한다. 고객 돈을 수천 억원씩 굴리는데 주가 대폭락으로 엄청난 손실을 봤으니 한강에라도 뛰어들고 싶다는 참담한 심정을 빗댔다.

 

2014년 중국 대륙에 주식 열풍이 불었다. 가난한 농민공(농촌 출시 도시 노동자)조차 시내 지하철 바닥에 앉아 주식 얘기를 했다. 농부들도 빚을 내 주식에 뛰어들었다. 개미투자자가 9000만명으로 공산당원 8700만 명을 앞질렀다. 이런 개미 군단이 시가총액을 세계 2위로 밀어올렸다. 그러다 이듬해 여름 증시가 폭락하자 수십 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쪽박 찬 개미들은 "주가 치솟던 지난달엔 사람 먹는 음식을 개가 먹었는데, 이젠 사람이 개밥을 먹는다"고 했다.

 

 

증시에선 탐욕과 공포에 사로잡히면 교훈을 못 얻는다. 미국은 1920년대 호황으로 투자 붐이 일었다. 1929년 9월 다우지수가 최고점을 찍었지만 투자 전문가 로저 뱁슨은 "증시 붕괴가 임박했다" "공황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파국을 걱정하는 신경과민 환자' 취급만 받았다. 당시 주가가 몇 달 내리다 잠깐 반등하면 사람들은 "하락기가 끝났다"며 주식을 샀다. 결국 난다 긴다 하는 투자자도 대공황 와중에 망했다. 오히려 주식을 전혀 모르는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은 증시 폭락 1년 전 다 팔아치워 손해를 보지 않았다고 한다.

 

때로는 전문가가 더 앞을 못 본다. 1987년 10월 미국에 '블랙 먼데이'가 덮쳤다.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는 주가 폭락을 확인하고는 은행 예금을 몽땅 인출해 회사를 떠났다. 다른 트레이더들도 앞다투어 거래소 좌석을 팔아치우는 바람에 자리 값마저 폭락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폭락 증시는 오래가지 않았다. 10년 뒤인 1997년 10월 아시아에 금융 위기가 닥치자 미국 증시가 폭락하는 '블랙 먼데이'가 또 왔다. 그런데 다음 날 뉴욕 증권가에 일반인들이 장사진을 쳤다. 폭락한 틈을 타 주식을 사들이려고 몰려든 인파였다. 그로부터 미국 증시는 1년간 50% 이상 치솟았다.

 

증시는 한 치 앞을 모른다. 어제 시장에서는 외국인이 1조원 넘게 팔고, 개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가 그걸 사들여 증시가 더 떨어지는 걸 막았다. 장기 침체의 전조가 아니라, 그리 오래가지 않을 일시적 급락이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