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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노이로제

 

요즘 인터넷 맘카페 화제 중 하나는 '코로나 노이로제'다. 매일 쏟아지는 코로나 관련 기사와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안전 안내 문자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어쩌다 외출이라도 하면 아이가 뭔가 만질 때마다 바이러스가 옮을까봐 전전긍긍한다. 어떤 엄마는 한글을 막 배운 아이가 "중국에서 편지가 왔는데 만지면 코로나에 걸린다"고 하기에 우편물을 봤더니 '동서울 우편집중국' 소인이 찍혀 있더라고 했다. 엄마의 노이로제가 아이에게 전염된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온 가족 체온부터 재고, 괜히 목이 따끔거리거나 머리가 아픈 것 같고, 심지어 배가 아프거나 설사를 해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건 아닐까 걱정이 든다. 아무런 증상이 없어도 무증상 감염을 의심할 정도니 노이로제에 단단히 걸렸다. 특히 평소에 재채기와 콧물을 달고 사는 만성 비염 환자는 어딜 가나 눈치가 보이는 또 다른 노이로제에 시달린다고 한다.

 

 

 

요즘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손잡이를 잡는 승객이 크게 줄었다. 마트에서도 비닐장갑을 끼고 카트를 미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어떤 집에서는 찌개나 반찬 그릇을 가족이 함께 쓰는 것도 피하려고 식판에 각자 밥과 반찬을 덜어 먹는다고 한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마스크를 발견하고 무조건 '구매' 버튼을 누르고 보니 미용 마스크 팩이더란 얘기도 있다.

 

어린이집부터 학교까지 모두 문을 닫아 아이와 온종일 집 안에 있어야 하는 엄마는 새로운 노이로제에 시달린다. 아이가 쉴 새 없이 엄마를 찾으니 '엄마' 소리만 들려도 신경이 곤두선다. 남편까지 재택근무면 하루 세끼 해먹는 일 걱정도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가족 간 갈등도 생기고 평소에 잘 못 느끼던 층간소음 다툼도 늘었다고 한다. 꿈 속에서 옆 집에 확진자가 나오고 마스크를 몇 상자씩 사다가 깼다는 사람도 있다. 다들 '코로나 노이로제 확진자'다.

 

노이로제(neurose)는 일상생활에는 문제가 없으나 감정이나 충동 조절이 힘들고 쉽게 불안해지는 신경증을 말한다. 지난달 말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9.5%가 "일상이 정지된 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 뉴스를 접할 때의 감정'으로 가장 많은 사람이 '불안'을 꼽았다. 특히 대구 경북 응답자들은 '무기력' '정의에 어긋나고 불공정' '상처와 울분' 같은 감정이 평균보다 높게 나왔다. 신종플루, 사스, 메르스 등 전염병이 많았지만 이렇게 노이로제까지 수반한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빨리 일상이 회복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