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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마케팅과 우리 안의 바이러스

 

"두려움이 돈이다." 무서운 말인데, '현실'이다. 두려움, 즉 공포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상업 행위가 '공포 마케팅'이다. 잘 보면 우리 주변에 많다.

 

첫째는 마스크와 손 소독제이다.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사망자 속출로 코로나 공포가 도처에 퍼진다. 세계 곳곳도 난리다. 관리와 통제만 잘하면 될 것 같지만 좀체 안 된다. 에피데믹을 넘어 펜데믹 수준으로 갈지 모른다. 이런 공포 분위기에서 마스크나 손 소독제는 '떼돈' 기회다. 한편으로는 독과점 가격을 노린 사재기가 극성, 다른 편에선 너도나도 사려고 장사진이다. 

 

둘째는 평소 TV같은 데서 흔히 보는 약장사 이야기. 유명 의사가 나와 건강 상담을 한다. 특정 식품을 먹으면 몸에 좋고 질병까지 예방. 100세 인생 끄떡없다? '마침' 옆 채널에선 그걸 판다. 그것도 '한정' 판매! 지금 아니면 이 가격에 구할 수 없다? 안 사면 손해다 싶어 급히 주문한다. 그렇게 '몇 시간에 수만 개'를 판 홈쇼핑 전설이 탄생한다.

 

 

셋째는 정치적 공포 마케팅이다. 가장 극적인 예는 1963년 케네디 대통령 암살에 따른 1964년 미국 대선이었다. 케네디를 이은 민주당 존슨 후보는 '데이지 걸' 이라는 단 한 방의 정치 광고로 공화당 골드워터(핵무기 찬성)를 압도했다. 한 귀여운 소녀가 들국화 꽃잎을 하나씩 떼어내며 하나, 둘, 셋... 센다. 아홉 하는 순간, 불길한 카운트다운 소리가 들린다. 꼬마는 공포에 질리고 카메라는 공포의 눈동자를 비춘다. 눈동자 안엔 핵폭탄이 터지고 버섯구름이 화면을 덮는다. 존슨이 말한다. "둘 중 하나입니다. 신의 자녀들이 같이 살 세상을 만들까요, 죽음의 세계로 갈까요?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 죽어요!" 결국 핵 공포를 팔아 존슨이 승리했다. 그러나 존슨조차 언론도 억압하며 베트남전을 강화했다! 자본은 공포를 만들고 그 공포를 이용, 돈을 번다. 그 매개자가 황당 정치다.

 

그래서일까? 신종 코로나 국면에서 공포 마케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집단이 난무한다. '장사는 안되고, 경제는 엉망이다... 이 모두 ㅇㅇㅇ정부 잘못이다.' 이런 식! 자신의 대책이나 성찰은 없고 상대 헐뜯기에 바쁘다. '너 주고 나 살자'식 경쟁 논리가 재난 상황에서 증폭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황당 정치' 바이러스다! 그 뒤엔 늘 재벌(자본)이 있다.

 

차라리 어떤 보험사의, '코로나 사망자, 1억 보상금' 광고는 순진한 편이다. '스마트' 시리즈에 이어 '온라인 강의' 상품이 공포를 이용, 대학에 침투한다. '아이 하나 키우려면', '행복한 100세를 원하면', 'ㅇㅇ상품도 필수다', '낙오가 두려우면 4차 산업혁명을 수용하라!'. 종교 유사품도 있다. 예로, 원자탄에도 살아남은 종교인이 있으니, 그 종교를 믿어라! 과연, 두려움이 우주 최고의 상품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세상이 엉망이니, 영화 <부산행>이 떠오른다. 어느 '바이오' 연구소(일중독자인 주인공의 회사가 대투자자)에서 무슨 바이러스가 잘못 유출, 야생동물을 거쳐 인간에게 부메랑이 된다. 한번 감염되면 고통이 극심하고 타인을 물어뜯는 좀비가 된다. 감당이 안 되는 전염병! 친구도, 동네 언니도, 남편도 감염되고, 마지막엔 주인공조차 감염된다. 내가 살려면 감염된 이웃도 죽여야 하는 참사! 그 와중엔 '함께' 살자는 이도, '나만' 살겠다는 이도 아무 소용없다. 누가 옳고 그른지 구분 불가다. 돈 벌려고 투자한 회사, 그 좀비 바이러스가 세상을 망치고 결국 투자자마저 삼킨다. 악순환의 완성!

 

정답은, 어떻게 나(가족)만 사느냐가 아니라 이런 최후가 오기 '전에' 함께 막는 것!

 

다행이 지금의 코로나19 위기는 <부산행> 수준은 아니다. 영화의 공헌은, 공멸 이전에 '미리' 생각하며 살자는 것! 같은 메시지는 원자력 발전소 붕괴를 다룬 <판도라>나 지구 온난화를 막는 기술적 오판으로 생긴 <설국열차>에도 있다. 문제는 우리의 집단 불감증이다. 아무리 근본을 말해도, '돈' 안 되고 '쓸데없는' 이야기, '현실'을 모른다며 곧잘 '부인'한다.

 

정직하게 느끼기 외에는 출구가 없다. 물론, 치료도, 면역도 중요하다. 차분하고 신속한 대처도 급하고, 잘 쉬고 덜 먹고 내공을 기르고 많이 웃어라. 다 맞다! 그러나 이로써 충분한가? 아니다. '사회적 면역'이 필요하다! 소유, 생산, 소비, 유통, 분배, 폐기의 구조를 전면적으로 쇄신하여 돈 안 드는 삶의 구조를 만드는 게 정답 이리라. 외면하면 더 센 놈이 자꾸 온다. 그러니 친구야, '바이오(생명)'까지 상품화하는 우리네 마음이 원조 바이러스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