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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기축통화론?

 

2차 대전 때 프랑스는 '마지노선'까지 구축했지만, 독일이 우회 기습하자 속절없이 무너졌다. 반면 스위스는 독일에서 중립국 지위를 인정받아 전쟁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스위스프랑'화도 방어벽 역할을 했다고 한다. 중동 산유국들이 마르크화를 기피하자 독일로선 대체 결제 수단이 필요했다. 독일은 점령지에서 긁어모은 금을 스위스프랑으로 바꿔 석유를 비롯한 군수물자를 조달했다.

 

전쟁 같은 격동기에 결제 수단이 되는 금이 글로벌 통화 시스템까지 휘어잡는 것은 자연스럽다. 18세기 영국이 근대적 '금본위제'를 처음 선보였다. 만유인력 법칙의 뉴턴이 뜻하지 않게 산파역을 했다. 영국 재무부가 뉴턴을 왕립 조폐국 수장에 임명하고 주 화폐이던 금화, 은화 최적 교환 비율(1:21)을 정하게 했는데, 시장 흐름은 뉴턴의 계산과 달랐다. 국제시장에서 금값이 떨어지고 도리어 은값이 올라 법정 교환 비율이 허물어졌다. 사람들은 은을 밀수출했다. 결국 영국엔 금화만 남게 돼 근본위제가 시작됐다고 한다.

 

 

2차 대전은 금본위제 중심을 영국에서 미국으로 바꿨다. 1944년 미국 주도로 달러만 금 교환 비율을 유지하고, 다른 나라는 자국 통화와 달러 간 기준 환율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새 통화 질서를 세우게 됐다. 하지만 이것도 30년을 못가 무너졌다. 미국은 만성 무역 적자, 월남전 전쟁 비용에 따른 국가 채무 급증, 달러화 가치 하락 등에 시달리다 1971년 닉슨이 달러 금 교환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우한 코로나 사태로 품귀가 극심해지자 마스크가 마치 화폐라도 된 듯 교환 수단, 가치 척도 역할을 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화장품, 육아용품, 각종 애장품을 마스크와 교환하자는 제안이 줄을 잇고, 대학가에선 마스크와 인기 강좌 수강권을 바꾸는 거래까지 나타났다고 한다. 지갑에 흰색 마스크가 터질 듯이 들어 있는 사진이 '요즘 재벌3세 지갑'이란 제목을 달고 돌아다니고, '코로나 시대 기축통화는 마스크'란 농담까지 등장했다.

 

 

경제학자 케인스는 "화폐는 현재와 미래를 잇는 다리"라고 했다. 미래가 밝으면 화폐 가치가 안정되고, 불안하면 화폐 가치가 급하게 오르내린다는 의미다. 마스크가 화폐 기능을 하고, 그 값이 연일 폭등하는 것은 경제 주체들이 그만큼 미래를 불안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불안의 중심에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도사리고 있다. 마스크 하나 해결 못하는 정부가 뭘 할 수 있겠느냐는 불신.